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반드시 얻어가야 할 11가지 - Part1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반드시 얻어가야 할 11가지 - Part1

2021, Mar 13    

개개인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대한 의미가 다르겠지만, 나는 석사과정이란 박사과정 진학하기 위한 워밍업이라 생각한다. 공부기간을 조금이나마 단축하기 위해, 석박통합이란 제도를 활용하는 분들도 꽤 있긴 하지만, 연구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최소 4-5년이란 시간을 쏟아붓는 것에는 리스크가 크다. 그리고, 확신이 있다 하더라도 선행연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연구와 실제 연구와 다를 가능성이 크고, 각 연구실 분위기나 문화, 연구 프로젝트 특성을 모두 아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석박통합으로 입학했다가 석사로 전환을 한다면 지도 교수님과의 관계가 불편해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연구 생활패턴을 익히지 못한 채 박사과정부터 시작한다면 그 기나긴 시간 동안 매너리즘에 빠져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석사과정을 하되, 연구에 대한 확신이 정말 강하다면 석사 2-3학기 때 석박통합을 전환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사과정에 진학하기에 앞서 석사과정 때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이 있을까? 나의 경험에 비추어 열거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국내 공과대학 일반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1. 존경할 수 있는 지도 교수님을 찾을 것

대학원에서 지도 교수님은 대학원생의 연구자로서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어린아이가 본인 부모의 습관이나 행동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것처럼, 2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연구 프로젝트와 연구실 행정, 학위논문 등을 지도받으며 그의 연구 방식이나 연구자로서의 자세를 무의식적으로 학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존경할만한 지도 교수님을 만난다는 것은 연구자로서 성장하는데 천운이라 생각한다. 석사기간 동안 여러 연구실에서 일해본다면 좋겠지만, 그건 시간적으로,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입학 전에 좀 더 꼼꼼히 교수님의 스타일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석사과정에 입학하기 전에 약 1년 간 학부연구생으로서 일을 하며 연구실에 대해 미리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 덕에, 확신을 갖고 석사과정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존경할만한 석사 지도교수님을 만나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그분의 연구 방식이나 생활패턴에 대해 익힐 수 있었고, 타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해서도 그분을 떠올리며 꾸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자대 대학원을 진학한다면 선배나 지인을 통해 조금이나마 조언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타대생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엔, 김박사넷을 통해 전반적인 평이라도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김박사넷은 각 연구실의 졸업생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연구실 분위기, 강의 전달력, 실질 인건비, 논문 지도력, 인품 등이 평가되는 시스템이다. 최소한 전반적으로 평이 좋은 훌륭한 교수님들은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것은 평가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거나 한 제자가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최악의 평을 남기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것들은 알아서 판단하길 바란다.

2. 입학 전 정량적인 목표를 세울 것

대부분 대학원 석사로 입학할 때, ‘2년이면 해당 분야의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아주 모호한 기대를 갖고 입학하곤 한다. 그러나 학문은 거대하고 울창한 숲과도 같아서, 아무런 방향성 없이 들어왔다가는 이 길, 저 길 헤매기만 하다 졸업하기 십상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졸업하고 막상 취업이나 박사 진학을 준비할 때, 객관적으로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석사학위 졸업장으론 보장해주는 것이 전혀 없다. 2년이란 시간은 참으로 애매한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학 전에 ‘이 분야의 전문성을 갖겠다’라는 모호한 목표보다는 ‘해당 연구 주제로 SCI 논문 1편 출판, 해외 학술발표 대회 참가’ 등 아주 구체적이고 정량화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논문 출판의 경우 논문 투고를 하고 바로 출판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리뷰어들의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고려하면 목표한 출판 시기의 6개월 ~ 1년 앞서 투고를 해야 한다. 해외 학술발표의 경우, 학술발표대회가 열리기 약 9개월 전에 발표할 논문의 초록을 미리 신청받고 있으니, 이러한 구체적인 목표들을 정한다면 대강의 연구 준비 및 논문 작성 일정이 그려질 것이다. 이렇게 해외 학술발표를 하거나 SCI 논문을 미리 작성을 해본다면, 학위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할 때 굉장히 수월해진다는 큰 이점이 있다.

3. 학점을 초반에 몰아 채우기보다는 여유롭게 채우고 남는 시간에 논문에 올인할 것

일반적으로 석사를 입학한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첫 두, 세 학기 동안 학점을 몰아 채워 듣고 남은 학기엔 연구와 학위논문에 집중하겠다는 큰 포부를 듣곤 한다. 물론, 여러 방법 중 하나지만, 대학원은 대학교보다는 수업 하나하나의 요구되는 공부량과 과제량이 훨씬 많은 편이다. 대학교 때는 대부분 교수님께서 각 과제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알려주시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 편이지만, 대학원에서는 수업 내용과는 별개로 알아서 본인의 연구 주제와 연관된 프로젝트를 정하고 논문 조사와 개별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수업 내용 따라가랴, 각자 프로젝트 진행하랴 벅찬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각 연구실에서는 별도의 연구 프로젝트와 행정일이 있기에, 학교 수업과 병행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나는 첫 학기에만 학점을 꽉 채워 듣고 나머지 학기에는 골고루 분배해서 수업을 들었다. 나의 연구실 경우엔 교수님께서 첫 학기에는 대학원에 적응하라고 배려해주시는 편이셔서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학기에는 수업을 최소화하고 연구실 프로젝트와 개인 연구에 전념하였다. 보통 ‘학위논문 발표가 있는 마지막 학기가 가장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학위논문은 학교 시험처럼 몇 주 동안 벼락치기한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벼락치기를 한다 해도, 연구를 미리 끝내 놓지 않으면 쓸 내용이 전혀 없다. 학위논문 발표는 기본적으로 10월에 발표(보통 ‘초심’이라 부른다)를 하고 심사자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으면, 그 피드백을 반영하여 12월에 최종 발표(‘종심’이라 부른다)를 한다. 10월에 학위 논문 초안과 발표 준비를 여유 있게 끝내려면, 석사 3학기까지 연구를 모두 마쳐놓고 여름방학 동안 학위논문을 모두 써야 한다. 이것만 보아도, 마지막 학기를 위해 학점을 미리 채워 듣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4. 첫 학기에 반드시 통계 수업을 들을 것

철학과 같은 인문학을 연구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연구 내용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통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내 주변엔 디자인을 공부하다 연구로 넘어온 케이스가 많은데, 사용자의 공감을 요구하는 디자인 접근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논리와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인 검증이 요구되는 연구를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 그럴 땐 일단 통계 수업부터 듣고 그 개념들을 숙지해 놓으면, 논문을 이해하는데도 도움 되고 본인의 연구 실험을 설계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R이나 파이썬, SPSS, SAS 등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다뤄야 한다면, 통계 지식은 반드시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지식은 대학원에 입학하자마자 습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통계라고 하면 무작정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을 갖곤 하는데, 고등학교 수학에서 배우던 통계지식만 충분히 숙지해 놓으면 어렵지 않게 금방 따라갈 수 있다. 설령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사회과학대나 교육대학과 같은 공대가 아닌 학과에서 열리는 통계 수업을 수강한다면, 동일한 입장의 수강생들과 함께 들을 수 있다. 그런 경우, 심지어 강의자분들 중에서도 통계를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를 어떻게 본인의 연구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지 노하우 위주로 설명해주신다. 대학원에선 통계를 들어서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5. 첫 학기에 반드시 논문 주제에 맞는 문헌조사를 끝내고 연구 질문을 정할 것

대학원 석사 입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관심 있는 연구주제는 있는데,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연구 질문이 없는 경우가 거의 100%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상태가 겨울방학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문헌조사뿐만 아니라, 연구 설계, 연구(개발), 검증을 위한 실험, 논문 작성을 위한 일정은 줄줄이 미뤄지고, 결국 논문 작성에 의의를 둬 형식적인 실험과 논문 작성을 대충하고 졸업하게 된다. 이러한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첫 학기에 많이 막막하겠지만 어떻게든 논문 주제에 맞는 논문들을 꾸준히 정독하여 본인만의 연구 질문을 정할 것을 추천한다.

연구 질문을 정한다는 것은 연구의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데 도움을 주자면, 일단 본인의 연구주제와 관련된 모든 논문들을 열심히 수집하고 정독해보면서 연구질문을 생각해보자. 국내 논문은 RISS에서, 국제 논문은 Google Scholar, Scopus에 논문 주제어를 입력하면 논문들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일단 논문 초록들을 가볍게 읽어보고 본인이 생각하는 연구 주제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일단 선택하여 PDF로 내려받아도 좋고, 관련 논문들을 모두 체크박스를 클릭하여 한번에 ris파일로 내보낸 후, 서지관리 프로그램에서 PDF 파일로 자동으로 불러오는 효율적인 방법도 있다.

문헌조사를 한다는 것은 논문들 간의 이론적인 빈틈을 찾는 행위다. 그만큼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배경지식과 주요 논문들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논문을 읽을 때는 초록과 결론 부분부터 읽고 전체의 흐름부터 파악한 후, 정말 내 관심사에 맞다고 판단한 경우에 정독하도록 하자. 각 논문의 서론(Introduction)에는 연구에 대한 배경과 저자가 인지한 문제점이 서술되어 있고, 문헌 연구(Literature review)에는 기존 연구의 흐름과 한계점들이 서술되어 있다. 논의(Discussion)와 결론(Conclusion) 부분에는 해당 연구로 얻은 통찰과 연구의 한계점과 기여점, 향후 연구방향에 대한 제시가 서술되어 있으니 정독 시 이러한 부분을 중점으로 읽어본다면, 조금이나마 거인의 어깨에서 올라서서 본인의 연구질문을 찾을 수 있을것이다.

6. 첫 학기에 서지관리 프로그램 사용법을 숙지할 것

아무리 논문을 열심히 정독한다 하더라도, 읽는 편 수가 100편이 넘어가면 논문들의 내용을 기억하는데 혼동이 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많은 논문들을 일일이 PDF로 다운로드하여 파일명을 변경하고 폴더를 관리하기란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리고, 논문 작성 시 인용 스타일에 맞추어 일일이 논문 목록을 작성하는 것 또한 굉장히 번거롭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서지관리 프로그램(Reference management software)이다. 서지관리 프로그램이란 논문 등의 학술문헌들을 생성, 편집, 열람, 인용, 공유하는데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론, Endnote, Mendeley가 있고, 최근엔 Zotero도 많이 각광받고 있다.

학기가 시작하면 보통 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여러 서지관리 프로그램 강연이나 워크숍이 열린다. 반드시 하나쯤은 참석하여 핵심 기능이라도 숙지하도록 하자. 논문을 쓰다 보면 서론, 문헌고찰, 결론에 따라 필요한 참고문헌의 내용이 조금씩 상이하기에 이러한 것들을 사전에 미리 정리해둔다면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이러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다시 확인하는데, 서지관리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만약 배울 시간이 없다 하더라도, Youtube를 검색하면 타대학이나 유튜버가 제공하는 튜토리얼도 있으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이것만 숙지하더라도 머지않아 본인의 연구 효율성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반드시 얻어가야 할 11가지 - Part2